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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라수목원의 봄

풍경 사진들

by 박충권 목사 2009. 5. 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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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봄 정취를 듬뿍 느끼고 싶은데 갈 곳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으면 한라수목원을 갈 일이다.
하긴 조금만 움직이면 바다는 산이든 금세 닿을 수 있는 곳이 제주지만 하다못해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노천의 의자에 걸터앉아 좋은 공기를 마시며 풍치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지척에 있으니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봄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음은 즐겁다.
수목원에 들어서면 눈과 귀와 코가 모두 즐거워진다. 형형색색 피어난 꽃들이 즐겁고, 사방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즐겁고, 신록과 꽃들이 뿜어내는 상큼한 봄 향기가 마냥 즐겁다.





사통팔달 개설되어 있는 산책로.
6만평이 넘는 면적을 꼼꼼히 살피고 즐기려면 하루가 모자랄 지도 모른다.
10분을 머물든지 열시간을 머물든지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으니 그야말로 내 편한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다 게다가 더 좋은 건 입장료마저도 없다는 사실이다. 공짜라면 아무래도 기분은 더 좋아지는 게 당연지사 아닐까?







하늘을 보든 땅을 보든 온통 초록으로 물든 봄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그리고 온갖 소음으로 뒤덮인 어지러운 도심을 벗어나 신록의 싱그러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탈의 즐거움은 크다.





아무데서나 쉬고 싶을 때는 눈만 돌리면 곳곳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몇 줄의 글을 읽든지 아니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어도 멋질 일이다.
카메라를 들고 그저 보이는 정경을 찍어도 모두가 고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수목원에서 가장 높은 곳은 368개 오름 중의 하나인 광이오름이다.
이곳 정상에 오르면 시원하게 트인 조망은 아니어도 소나무숲 사이로 한라산의 모습도 서부지역의 모습도 보인다.
처음으로 오름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아! 오름은 이렇게 아지가기한 맛이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곳의 새들은 사람을 봐도 놀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고운 환경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친근감과 더불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제멋에 산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곳에서의 기본적인 예절도 있을텐데 가끔은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더러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러나 그 또한 사람 사는 또 다른 모습의 하나라고 여기면 차라리 속 편할 일이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다면 더 좋은 일이고...



수목원을 찾을 때면 내가 괜시리 싫어하는 모습이다.
햇볕이 가려진 숲길을 걸으며 그 좋은 공기를 직접 호흡하지 않고 저리 마스크를 하고 중무장을 하는 이유가 뭘까?
저들은 한밤중에도 저런 모습으로 산책과 운동을 한다. 게다가 선글라스까지 낀 사람을 만나면...
그런 나를 두고 신경 끄라고들 하지만 호불호의 감정은 내 자유니까. ㅎㅎ



참 좋은 세상이다.
이제 휴대폰을 들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문득 고운 정경에 이를 담아두고 싶으면 아쉬운 부탁도 필요없이 셀카를 찍으면 된다.
꽃도 찍고, 숲도 찍고, 나도 찍고... 그 모든 게 추억의 한자락이다.



아름다운 5월을 흠뻑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는 곳.
여기는 한라수목원이다.


2009. 5.

출처 : 디지털카메라
글쓴이 : 자파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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