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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화상

아름다운 글

by 박충권 목사 2009. 9. 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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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화상 / 김덕란 그 여자 삼분의 일만 남은 뭉툭한 목탄으로 자화상을 그린다 그녀는 길 저 끝에서 부유하는 공소 닿지 않는 곳에서 술렁이는 함성 내면의 깊은 가뭄에 목마르다 그 여자 슬픔의 늪 같은 미명의 암청색 공명 톱날처럼 날카로운 신경 줄 빨랫줄에 펄럭이는 옥양목 빛 현기증 낯선 삶의 얼굴에 익숙하다 그녀는 입덧 같은 마음의 신음 아편 중독처럼 지독한 고독 치유되지 않는 성마름 어느 영혼에 대한 참회 도피하고 싶은 삶의 멀미 등뼈에 박힌 아픔은 들키고 싶지 않다 그 여자 초록 새장 속의 하늘을 그리워하는 새 눈부신 비상을 꿈꾸지만 추레해진 날개 깃을 감추며 정작 날고 싶은 욕망을 버린다 마론 인형의 달콤한 드레스 화포 속의 부겐빌레아 샤넬의 부케 향 칸나의 정열로 살고 싶은 그녀의 로망 그녀는 인생 귀로에 허름한 길모퉁이 찻집에서 헝클어진 세상의 날들을 만나 눈물겹게 화해하고 싶다 세월 흐름 후에 자기 얼굴에 책임지는 여자로 남고 싶다 오랜 시간의 물감이 묻은 이젤 위에 그녀의 삶이 채색된 자화상이 놓여 있다
출처 : 내 영혼의 빛깔과 詩
글쓴이 : 은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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