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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유리성

아름다운 글

by 박충권 목사 2009. 9. 1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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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성 / 김덕란 유리 벽은 사방을 볼 수 있어 저 건너 산과 들 하늘과 구름 새들의 날갯짓 호수에 일렁이는 물결 마치 곁에 있어 숨 쉬는 것 같아 하지만 손을 뻗으면 안 돼 단단한 물체에 가로막혀 더는 갈 수 없어 유리성을 쌓은 사람이 있지 투명함 속에 비친 그는 무녀의 치장처럼 화려하기는 해 하지만 마음을 뺏기면 안 돼 그의 차가움에 가슴을 다친단다 그는 냉혈 심장 콧대 높은 자존심 단칼에 잘라버리는 냉랭함이 있단다 쇼윈도 마네킹같이 초점 없고 무의미한 표정 타인의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유리의 체온을 닮은 사람이란다 그는 스스로 따듯함을 품어 낼 수 없어 저는 잘려나가면 더 날카로운 비수가 되지 만일 그가 마음을 연다면 오월의 훈풍과 비의 협주곡과 낙엽의 교훈과 겨울날 들려주는 눈의 합창을 들을 수 있을 텐데 만약 그가 유리문을 연다면 언 심장을 녹이는 따뜻한 사람의 체온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유리문은 사방을 볼 수 있어 저 건너 날아가는 새들과 겨울날 내리는 눈 그러나 들을 수는 없지 유리벽 너머 저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출처 : 내 영혼의 빛깔과 詩
                  글쓴이 : 은섬 김덕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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