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子.女子.女子
수년 전에 일이다.
단짝이던 국민학교 동창생과
오랬만에 연락이 닿아 전화로
한참을 웃고 수다를 떨어되던
마누라가
갑자기 얼굴빛을 바꾸며 내게 말한다.
"그 가시나는 나보다 공부도 못하고
가난해서 중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는데
신랑을 잘 만나 부산 서면에 5층짜리
건물과 전자대리점 사장으로
떵떵거리며 사는데
난 요모양 요꼴이 뭐냐?"
라고
항의 하듯 말하며 울먹거린다.
마른 하늘에 날 벼락이라더니
참 어이가 없다.
그렇다고 부산으로 내려가
마누라 친구 옆집에다
6층짜리 건물을 올리고 살 수 있는
능력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참으로 난감했다.
입은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속으로 생각만 했다.
~마누라보다 공부는 못하고 가난했어도
훨 늘씬하고 잘 빠졌겠지?
몇 달 전이었다.
부산에 그 친구랑 또 전화로
웃고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불현듯 수 년 전에 일이 떠올랐다.
그 친구가 그 동안 6층짜리 건물을
또 올렸으면 큰일이닷!
모진 놈 옆에 앉아 있으면
죄없이 불 벼락 맞는다.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려는데
마누라가 얼릉 전화를 끊고 내게 말한다.
"어머! 글쎄 개네 전자 대리점이 부도가 나
건물도 대리점도 다 남에게 넘어가고
친정 우리 동네에 고기집을 개업했다네
기집애도 어쩌면 좋아!
너무 안됐네!"
마누라 목소리는 근심스럽고 안타까운데
표정은 한 결 밝았다.
살았다!
글/ 그 男子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