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장학금
딸애가 돈을 세어 본 뒤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서자
우리 부부는 참담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작은딸은 벌써 삼 년째 우리를 속이고 있다.
대학에 다니는 딸애는 일학년 때부터 줄곧 장학금을 받아 왔지만
우리에게는 장학금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처음 큰딸에게서 그런 귀띔을 받고 우리는 적잖이 놀랐다.
우연히 작은딸의 노트 갈피에서 장학 증서를 발견한 날은
무엇엔가 한 대 얻어맞은 듯 아찔했다.
천 원짜리 한 장을 주어도 쓰고 남은 돈은 반드시 가져 와
도로 내놓을 정도로 정직한 딸애가 무슨 이유에선지 부모를 속이고
꼬박꼬박 등록금을 받아 가는 것이다.
그 동안 사실여부를 캐려 하다가도 엉뚱한 부작용을 일으킬까
혹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속아 주는 것도 괜찮을 거라 여기고
그냥 묵인해 왔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염려가 더해 갔다.
온종일 작은딸의 일로 머리 속이 혼란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그 날,
저녁 상을 치운 뒤 아내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딸애에게
따져 보리라 마음을 다져 먹었다.
그런데 작은딸이 먼저 우리에게 할말이 있다면서
아침에 받아 간 돈을 꺼내 놓으며 말했다.
“아빠 엄마, 사실은 제가 일학년 때부터 줄곧 장학금을 받았어요.
그러면서도 등록금을 가져 간 것은 같은 과 친구가 너무 가난해서
장학금을 그 친구에게 주어야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번 등록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 친구 문제가 해결되었거든요.
그 동안 말씀드리지 못했던 거 죄송해요.”
순간 나는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얼른 한 손으로 가린 채,
딸애의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황급히 서재로 돌아와야 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