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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강언덕(1937 - ) ‘아버지의 얼굴’

아름다운 글

by 박충권 목사 2011. 9. 2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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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린 밥 다 주워 먹어라

어릴 적 아버지와 마주한 밥상

수십 번 사람 손이 가야

한 톨의 쌀이 되는기여

찬밥 한 술도 소중히 알어야지


자식들 허기 채우기 위해

등이 휘던 아버지들

쌀 한 됫박에 손이 닳고

눈물도 적셨을 어머니들

그 자손들 자라 살 만하니

뷔페식당 첫 머리

하얀 쌀밥은 찬밥 신세

건너뛰기 일쑤다


식구들 세끼 밥에

등이 굽은 아버지들

그래도 바위처럼 든든했는데

귤껍질이 다 된 아버지 얼굴

언제부턴가 허연 쌀밥처럼

가족들 눈길 밖에 서성인다


- 강언덕(1937 -   ) ‘아버지의 얼굴’ 전문.


쌀이 금이고, 돈이고, 명예고, 생명으로 존중받던 시대가 가고, 요즘 하얀 쌀밥은 각종 성인병의 주범 정도로 업신여겨지곤 한다. 그러니 쌀농사를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귀하게 여겨지다가 홀대받는 것이 쌀뿐이랴. 부모님들께서 피땀 흘려 농사를 지어, 막상 당신들은 잡숫지도 못하고. 그 쌀을 팔아 우리들을 교육시켰던 사실도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다. 하얀 쌀밥을 보며 찬밥신세가 된, 허연 아버지 얼굴을 떠올린다.


 *** 김동찬,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1년 9월 1일자.


출처 : 글마루문학회
글쓴이 : sol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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