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 김덕란
까르르 웃는 아이들이
골목길로 사라져 가면
또다시 정적
남은 건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
웅크리고 앉은 마룻바닥에
또르르 구르는
레몬 같은 기억의 퍼즐조각
그러지 말 걸
꽃무늬 치마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린 독백 사이로
까치발 드는 후회
소유하고 싶었던 너의 전부
그래서 방황했던 시간들이
가슴 모서리에 자꾸 와 닿으며
감춰둔 아픔을 건드린다
이젠 이미
돌아 나온 길 위의 무너진 감정
검불 되어 쌓이는 뒤늦은 후회
햇살 무늬 고요한 오후
나는 너의 가슴으로
몇 번이나 찾아가
후회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러지 말아야 했었다고